RYF-001 / shapes maketh aim — 01

형상은 그립이 아니라 "배분"을 결정한다

RYF-001 설계의 출발점. 마우스의 형상이 결정하는 것은 쥐는 법이 아니라, 손의 어떤 움직임을 고정하고 어떤 움직임을 자유롭게 둘지에 대한 배분입니다.

공개
RYF-001을 바로 위에서 본 정투영도. 앞쪽에 휠과 두 개의 클릭 플레이트, 뒤쪽에 삼각형 격자 구조

질문

앞으로 게이밍 마우스의 조작 경험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배경

지금의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는 과거에 인기를 얻은 형상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넘쳐납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상에서 출발해 형상 자체를 설계한 제품은 놀라울 만큼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더 나아가, 다른 회사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형상을 한없이 모방해 자사의 주력 제품으로 내놓는 제조사마저 존재합니다. 형상은 마우스에서 설계자의 사상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다른 회사에서 빌려 온 제품은, 사양표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왜 이 형태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언어로 답할 수 없지 않을까요.

한편 센서 성능, 폴링 레이트, 무선 성능 같은 전자적인 사양은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향상되었습니다. 하이엔드 제품 간의 차이는 이제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사양이 나란히 평준화된 그 너머에서 조작 경험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 그 답 중 하나가 “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계 의도

쥐는 법과 형상의 관계를 다시 보다

마우스의 형상과 쥐는 법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관계를 오랫동안 잘못 이해해 온 것은 아닐까요. “작은 마우스는 핑거팁 그립, 큰 마우스는 팜 그립”이라는 분류는 “형상이 쥐는 법을 결정한다”는 발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여기서 관점을 근본부터 바꿔 보겠습니다.

손끝으로 정밀한 조작을 할 때, 사람은 반드시 가까운 어딘가를 안정시키고 있습니다. 글씨를 쓸 때 손바닥의 새끼손가락 쪽을 종이에 대고 고정하듯이 말입니다. 움직이는 부분 바로 가까이에 지지점이 없으면, 세밀한 동작은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이는 마우스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정밀 작업에 공통되는 원칙입니다.

손의 움직임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이 관점에 서면, 손의 움직임이 여러 운동의 집합이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움직임 내용
손가락의 세로 방향 굽힘과 폄
손가락의 가로 방향 벌림과 모음
손목 젖힘과 굽힘
손바닥 앞뒤 방향 슬라이드

이것들은 본래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립이란 “배분”의 차이다

그립의 차이란, 이 여러 움직임 가운데 무엇을 지지점으로 고정하고 무엇을 자유롭게 남기느냐는 “배분”의 차이에 다름 아닙니다.

  • 팜 그립: 손바닥 전체로 많은 움직임을 고정하고, 손목과 팔의 큰 움직임으로 조준을 맞춘다
  • 클로 그립: 손가락의 가로 방향만 고정하고, 세로 방향의 굽힘과 폄은 자유롭게 남긴다
  • 핑거팁 그립: 대부분의 움직임을 고정하지 않고, 손끝의 자유로운 움직임만으로 마우스를 지탱한다

형상이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은 쥐는 법 그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움직임을 고정하고 어떤 움직임을 자유롭게 둘지에 대한 배분입니다. 그 결과로 손이 자리 잡은 위치에, 우리는 나중에 “팜 그립”, “클로 그립”, “핑거팁 그립”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같은 사람이라도 마우스의 형상이 바뀌면 쥐는 법은 무의식적으로 바뀝니다. 사용자가 쥐는 법에 맞춰 마우스를 고른다기보다, 형상 쪽이 배분을 통해 쥐는 법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분은 쥐는 순간의 감촉뿐 아니라, 그 뒤의 에임 조작 자체에도 계속 영향을 미칩니다.

RYF-001의 출발점

그래서 RYF-001은 기존 제품의 형상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습니다. “어떤 움직임을 지지하고, 어떤 움직임을 자유롭게 두어야 하는가”라는 배분 자체에서 거꾸로 계산해 형상을 설계합니다.

다음 회(shapes maketh aim — 02)에서는, 이 배분이라는 관점으로 여러 그립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 왜 가장 먼저 핑거팁 그립을 택했는지를 쓰겠습니다.

↑ 목차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