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F-001 / shapes maketh aim — 04

남겨 둔 세 가지 자유 ― 잘록한 허리·측면 각도·프런트

위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측면과, 오목하게 파인 클릭. 시도하고 버린 두 가지 안에서 드러난 "정답의 제시가 아니라 배분의 최적화"라는 설계의 입장.

공개
RYF-001을 정측면에서 본 렌더. 프런트가 낮게 설계되어 있다

질문

형상이 하나의 움직임을 떠맡았을 때, 나머지 움직임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배경

지난 회에서 RYF-001은 폭을 통해 손가락의 좌우 흔들림을 형상이 떠맡게 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형상으로 지지할수록 사용자에게서 자유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가로 방향을 멈췄다고 해서 다른 움직임까지 형상으로 묶어 버리면, 핑거팁 그립의 자유도 자체를 빼앗게 됩니다.

1회에서 든 네 가지 움직임 가운데 남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손바닥의 앞뒤 방향 슬라이드, 손가락을 세울지 눕힐지라는 각도, 그리고 손가락의 세로 방향 굽힘과 폄입니다.

사실 검토 도중에는 이 가운데 몇 가지를 형상으로 정해 버리는 안도 만들었습니다.

시제작과 방법 ― 시도하고 버린 두 가지 안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측면

하나는 측면을 극단적으로 벌어지게 한 안입니다(정면에서 보았을 때 측면이 위로 갈수록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형태).

쥐어 보니 넓은 폭이 한층 더 강조되어 느껴졌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손가락의 각도가 지나치게 고정되는 감촉이었습니다. 폭으로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벌리게 한다는 콘셉트에 대해, 이 안은 손가락을 벌린 형태 속에 억지로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클릭부를 오목하게 판 안

다른 하나는 클릭 부분을 일부러 오목하게 판 안입니다.

노린 것은 클릭을 누르는 위치의 “정답”을 이쪽에서 어느 정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측면과 마찬가지로, 자유도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V1

V2

V3

V4

V5

최종형

정면에서, 같은 축척으로 나란히 놓았습니다.

설계 의도

정답의 제시가 아니라 배분의 최적화

두 가지 안을 버리면서 RYF-001 설계의 입장이 분명해졌습니다.

형상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배분의 최적화입니다.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답이나 해석은 여러 개여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용자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가락을 어떤 각도로 둘지, 어디를 누를지, 마우스의 어느 위치를 잡을지. 형상이 결정하는 것은 어떤 움직임을 지지하고 어떤 움직임을 풀어 줄지까지입니다. 그다음은 손에 맡깁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나머지 세 가지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다루었습니다.

잘록한 허리를 없애다 ― 앞뒤 방향의 자유

RYF-001의 측면에는 일반적인 게이밍 마우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록한 허리를 일부러 두지 않았습니다.

잘록한 허리는 손가락을 특정한 쥐는 위치로 유도합니다. 쥐는 위치가 정해지면 손바닥을 앞뒤로 미끄러뜨리는 자유는 좁아집니다. 잘록한 허리는 쥐는 위치의 “정답”을 보여 주는 형태인 셈입니다.

마우스를 조금 앞쪽에서 잡는다. 뒤쪽에서 잡는다. 조작 중에 손안에서 앞뒤로 옮긴다. 이런 핑거팁 그립 특유의 움직임에 형상이 제약이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앞뒤 어느 위치에서도 자연스럽게 쥘 수 있다는 것은, “손안에서 마우스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핑거팁 그립의 장점을 해치지 않기 위한 조건이었습니다.

측면 각도를 지나치게 규정하지 않다 ― 손가락 각도의 자유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측면을 버린 뒤, 측면의 기울기는 극단적이지 않은 범위 안에 두었습니다.

좌우 흔들림을 멈추는 역할은 이미 폭이 맡고 있습니다. 거기에 측면 각도까지 강하게 규정하면, 손가락을 세워서 쥘지 눕혀서 쥘지라는 또 다른 자유까지 빼앗게 됩니다. 약지나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사람부터 눕히는 사람까지, 다양한 핑거팁 그립에 대응할 수 있는 측면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런트를 낮게 억제하다 ― 세로 방향의 반응

프런트는 가능한 한 낮게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것은 손가락의 세로 방향 굽힘과 폄, 즉 클릭과 미세 조정의 반응 그 자체입니다. 손끝과 마우스의 거리를 줄이고 마우스의 존재감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마우스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손과 마우스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조작감을 목표로 했습니다.

가로 방향에서는 흔들림을 멈추기 위한 저항을 만들었지만, 여기서는 반대로 저항을 만들지 않습니다. 클릭부를 오목하게 파서 누르는 위치를 보여 주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가능한 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우선했습니다.

정리 ― 떠맡는 하나, 맡기는 셋

부위 대응하는 움직임 RYF-001의 처리
폭 손가락의 가로 방향 벌림과 모음 형상이 떠맡는다
잘록한 허리가 없는 측면 손바닥의 앞뒤 슬라이드 자유롭게 남긴다
극단적이지 않은 측면 각도 손가락을 세우기·눕히기 사용자에게 맡긴다
낮은 프런트 손가락의 세로 방향 굽힘과 폄 그대로 전달한다

폭, 측면의 잘록한 허리, 측면 각도, 프런트의 높이. 그 하나하나가 “어떤 움직임을 형상이 떠맡고, 어떤 움직임을 사용자의 자유에 맡길 것인가”라는 하나로 이어진 설계 방침 안에 있습니다.

다음 회(shapes maketh aim — 05)에서는, 형상이 아니라 “실제로 써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에 대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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