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F-001 / shapes maketh aim — 02
왜 핑거팁 그립에서 시작했는가
지지가 가장 적은 쥐는 법으로도 안정된 에임은 성립할까. RYF-001이 핑거팁 그립을 택한 이유와, 자유도의 대가로 근육에 걸리는 안정화의 부담.

질문
지지가 가장 적은 쥐는 법으로도 안정된 에임은 성립할까.
배경
저는 핑거팁 그립 사용자가 아닙니다
먼저 밝혀 두자면, 저 자신은 핑거팁 그립으로 마우스를 쓰는 사용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핑거팁 그립에는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손을 고정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즉, 자유도의 배분이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 다른 그립에는 없는 이 특수한 조건에서 정말로 안정된 에임이 성립할 수 있을까. 애초의 출발점은 바로 이 한 가지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가늘고 작게”가 정말 최적해인가
그 관심에서 출발해, 지금 시장에 있는 핑거팁 그립용 제품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대부분이 “손끝으로 다루기 쉽도록 가늘고 작게 만든다”는 방향으로만 답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늘고 작게 만드는 것이, 핑거팁 그립의 높은 자유도라는 장점을 정말로 논리적으로 끌어내는 답일까. 지난 회에 쓴 “지지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과제에, 기존 제품은 아직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느꼈습니다.
가장 치우친 배분이기에
이론적으로 보아도 핑거팁 그립은 여러 그립 가운데 배분이 가장 치우친 쥐는 법입니다. 팜 그립이나 클로 그립과 비교해 고정된 움직임이 거의 없고, 거의 모든 것을 풀어 둔 채로 마우스를 지탱합니다.
그렇기에 배분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가장 첨예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핑거팁 그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정이 적다는 점에 대한 관심, 기존 제품의 설계 사상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이론적인 관점. 이 세 가지가 겹쳐, RYF-001은 핑거팁 그립에 특화된 모델로 설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핑거팁 그립의 장점
핑거팁 그립의 가장 큰 특징은 어깨·팔·손목에 더해 “손가락”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해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팜 그립이나 클로 그립에서는 손과 마우스의 위치 관계가 비교적 고정됩니다. 핑거팁 그립에서는 손바닥이 마우스에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를 손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자유는 다음과 같이 세밀한 입력이 필요한 장면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 헤드샷 시의 세밀한 조준 조정
- 먼 거리에 있는 작은 적에 대한 에임
- 픽셀 단위의 각도 조정
- 반동 제어 중의 미세 수정
- 상하좌우로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타깃에 대한 트래킹
팔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손끝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조준을 수정할 수 있다. 이것은 핑거팁 그립만의 큰 장점입니다.
핑거팁 그립의 대가
한편 이 높은 자유도에는 간과할 수 없는 대가가 따릅니다.
지난 회에 쓴 것처럼, 정밀한 조작에는 가까운 지지점이 필요합니다. 팜 그립이나 클로 그립에서는 손바닥의 넓은 면이나 손가락 가로 방향의 고정을 통해 형상 쪽이 그 지지점을 마련해 줍니다. 일반적인 핑거팁 그립은 엄지·약지·새끼손가락 같은 한정된 손끝의 접점만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대부분의 움직임을 풀어 둔 상태로 둡니다.
형상이 지지점을 마련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역할은 손가락과 전완의 근육이 대신 떠맡게 됩니다. 조작 중에 마우스가 손안에서 살짝 어긋나거나, 그것을 멈추려고 손가락에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기 쉬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장시간 플레이하면 손가락이 피로해진다
- 엄지·약지·새끼손가락에 부담이 집중된다
- 전완이 뻐근해지기 쉽다
-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세게 쥐게 된다
- 같은 쥐는 법을 안정적으로 재현하기 어렵다
핑거팁 그립이란 “높은 조작 자유도를 얻는 대신, 그 자유도를 유지하기 위한 안정화 작업을 사용자 자신의 근육에 떠넘기기 쉬운 쥐는 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설계 의도
RYF-001은 핑거팁 그립의 자유도를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본래라면 사용자의 근육이 맡고 있던 안정화의 일을, 형상이 대신 떠맡게 하는 것.
이것이 RYF-001의 설계 목표입니다.
다음 회(shapes maketh aim — 03)에서는, 이 목표에 대한 RYF-001의 첫 번째 답, 즉 “핑거팁 그립용인데도 일부러 폭을 넓힌” 이유를 쓰겠습니다.